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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인스턴트 전성시대

기사승인 2017.09.11  17:2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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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전! 무(無) 인스턴트 체험기

 인스턴트. ‘즉석’이라는 뜻의 영단어로 짧은 시간에 만들어 먹는 음식 종류를 말한다. 처음엔 쉽고 빨리 만들 수 있는 형태에서 출발해 지금은 양질의 음식조차 인스턴트로 출시된다. 심지어 가격도 저렴하다. 그래서 요즘에는 식사마저도 편의점에서 해결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전체 매출액에서 가공식품의 매출이 2005년 16.2%에서 2013년에는 20.5%로 증가했다. 우리는 이처럼 알게 모르게 인스턴트 홍수 속에 빠져 살아간다. 그래서 생각했다. 한 번쯤 인스턴트에서 벗어나보는 것은 어떨까. 5일간 無 인스턴트 체험에 도전하게 된 계기다. 평소에 인스턴트식품을 애용했기에 해낼 수 있을지는 반신반의했지만 참고 견뎌보기로 했다.
   
 
 
첫째 날
無 인스턴트 도전기를 시작하는 날. 보건진료소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처음 도전할 당시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인스턴트의 정의와 범위를 조사한 이후 그 자신감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생각보다 인스턴트의 범위는 상당히 넓었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삼각 김밥이나 라면 정도로만 여겼지만 그건 큰 착각이었다. 간편해서 자주 이용하는 라면과 삼각 김밥부터 시작해 빵, 샌드위치, 햄말이, 훈제식품 등…. 평소 애용하는 식품 대부분이 십중팔구 인스턴트였다. 도전 첫날부터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지금 와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다시 되돌리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방법이 없었다. 결국 어떻게든 버틸 수밖에 없었다.
 
 둘째 날
無 인스턴트 도전 후 맞은 첫 번째 아침. 첫날은 그럭저럭 견딜 수 있었으나 인스턴트가 없다는 생각에 한숨만 나왔다. 하지만 심기일전해서 마음을 다잡기로 했다. 그러나 그 다짐은 길지 않았다. 야심한 밤, 어디선가 고소한 향기가 풍겨왔다. 임시방편으로 숨초를 마시며 허기를 달랬다. 그러나 결국 그 아찔한 유혹에 완전히 넘어가고 말았다. 결국 이성의 끈을 놓은 채 치킨 세트를 시켰다. 약 20분 정도 지났을까. 배달원과 함께 문이 열리고 치킨이 들어왔다. 치킨을 받자마자 나는 마침내 이성을 놓고 본능에 몸을 맡겼다. 황금빛 옷을 입은 치킨을 먹은 순간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의 無 인스턴트 둘째 날은 작심삼일이 되어 허무하게 저물어갔다.
 
   
 
 
셋째 날
3일째. 아침에 일어나 거울 속의 모습을 보니 야식 먹은 티가 확연했다. 순간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어제를 반면교사 삼아 오늘만은 반드시 버텨내리라 굳게 다짐했다. 하지만 또 고비가 찾아왔다. 오랜만에 가족과 같이 외식할 때였다. 닭갈비에 뿌려진 치즈가 인스턴트인지 아닌지 고민됐다. 오늘도 후회하고 싶지 않아 야채만 골라먹었다. 가족들이 의아해하며 이유를 묻길래 인스턴트를 잠시 끊었다고 말했다. 어째 반기는 분위기였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단식까지 권했다. 이 기세로 살을 빼면 남들 시선도 달라진다는 게 이유였다. 겉으로는 웃어넘겼지만 속으로는 가족이 이런 얘기를 하니 내심 서운했다. 당연히 날씬해지면 시선은 확 달라진다.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 자신은 초라해졌다. 바꿔 말해 지금 모습은 비호감이라는 얘기였다. 부정하고 싶었으나 사실 그게 틀린 말은 아니라서 그럴 수도 없었다. 이 날은 인스턴트를 피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다지 기쁘지 않은 하루였다.
   
 
 
넷째 날
인스턴트를 끊은 지 나흘. 오늘따라 인스턴트가 미치도록 그리웠다. 평소라면 저렴하고 맛있는 인스턴트와 함께 주말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불가능했다. 다행히도 근처 고시 식당이 주말에 문을 열었다. 덕분에 저렴한 가격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오늘 따라 수월했다. 점심식사 후 장을 보기 위해 마트에 갔다. 마트에 가니 각종 행사상품과 다양한 시식코너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 유혹을 애써 뿌리쳤다. 그러나 문제는 마지막이었다. 계산대로 가던 중 두부 코너에서 나도 모르게 두부를 집어먹었다. 그 순간 두부가 눈처럼 한 순간에 입속에서 녹아내렸다. 그 후 혹시나 인스턴트를 먹은 건 아닌지 걱정돼 찾아봤다. 찾아보니 다행히도 두부는 인스턴트가 아니었다. 그 사실을 확인한 후 안심하고 마트를 나올 수 있었다.
 
   
 
 
마지막 날
결승선이 눈앞에 보인다. 곧 있으면 다시 인스턴트를 만날 수 있다. 無 인스턴트 5일을 체험하며 주위에서 인스턴트 끊는데 왜 유난이냐고 많은 말을 들었다. 심지어 단식을 권유받기도 했다. 힘들었다. 그러다 문득 완전히 인스턴트 섭취를 하지 않는 것이 가능할까 싶었다. 직접 5일 동안 체험해보니 어딜 가나 인스턴트 천지였다. 학교 식당도, 근처 카페도, 심지어 뷔페도 인스턴트가 가득했다. 과연 이렇게 인스턴트가 다양하게 쓰이는데 과연 인스턴트를 피하고 살 수 있을까 싶었다. 인스턴트로부터 벗어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식 시장 규모는 2조3000억원이다. 이와 같은 수치는 5년 전인 2011년에 비해 3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정 증가가 간편식 수요 확대의 주요 원인이다. 물론 인스턴트가 가진 장점도 있다. 예전에 비해 불균형한 영양소가 개선되었고 요즘에는 상당히 높은 질을 자랑한다. 결정적으로 가성비가 높아서 경제적이고 짧은 시간에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인스턴트 전성시대를 보고 있자면 많은 생각이 든다. 어쩌면 오직 경제성과 효율성만을 강조해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조차 못 갖게 하는 요즘 시대와 참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윤택 기자 dbsxor2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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