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영(자율전공·11)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은 거의 손대지 않는 낡은 책꽂이에서 ‘있잖아요, 비밀이에요.’라는 책을 뽑아 읽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대체 11살짜리가 그 책의 어디에 공감하고 감명을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몇 번을 반복해서 읽을 만큼 마음에 들어 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대학에 들어올 때까지 몇 번이나 그 책을 찾아봤지만 제목도 작가도 모르는 책을 찾는 건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 친구와 함께 전공서적을 찾으러 간 헌책방에서 그 책을 찾았었다. 두서없이 쌓아놓은 책 더미 사이에서 그냥 우연히 발견했다. ‘당신이 찾던 모든 책이 여기에’는 그 때 헌책방에서 책을 찾았던 그 기분 좋은 기억에 살을 붙여 만든 글이다.
사실 10년 만에 다시 찾아 읽은 책은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 수도 있고 어렸을 적의 감성이 사라져버려서 일수도 있겠다. 그래도 전공서적과 자기계발서만 가득한 책꽂이에 꽂혀있는 낡은 책을 보고 있으면 여전히 기분은 좋다. 나는 지금 책 한 권 읽는 시간도 사치스러운 취업준비생의 시간을 보내고 있고 주변인들도 비슷비슷하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쉽지 많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굳이 책일 필요는 없다. 읽지 않아도 괜찮다. 벽돌처럼 딱딱하게 책꽂이를, 사물함을 채운 문제집과 자기계발서 사이에 마음에 드는 것 하나를 끼워 넣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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