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戊戌年)이다. 12년만에 돌아오는 개띠 해이자, 60년만의 황금개띠해이기도 하다. 시간은 한 방향으로 곧게 흐르면서도, 순환 반복한다. 자연의 현상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순환형 시간관을 사용해온 한자문화권에서는 하늘에 해당하는 10간(干)과 땅에 해당하는 12지(支)를 조합하여 60년을 한 주기로 삼았다. 10간의 중간인 무는 오행으로 보자면 토행(土行)으로서 황색에 해당한다. 한편 고대 중국에서는 주변 문화권의 관습을 받아들여 12지를 12동물에 비정하여 띠동물로 삼았다. 금년은 무술년이기 때문에 무가 곧 황색이요, 술이 곧 개여서 무술년은 황색 개띠의 해가 된다. 호사가들은 황색을 황금으로 바꾸어 황금개띠해라는 말을 만들어 퍼뜨리고 있다.

개는 인간과 가장 가깝게 지내온 동물이다. 역사도 오래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그 유명한 고구려 무용총의 수렵도에 호랑이를 쫓고 있는 용맹스런 사냥개가 등장한다. 안악 고분이나 순흥 고분에도 개그림이 등장한다. 특히 순흥 고분에는 소를 데리고 있는 견우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개를 옆에 데리고 있는 직녀가 그려져 있다. 남자는 밖에서 들일을 하고, 여자는 가정에서 집안일을 맡는 역할분담의 한 상징으로 개를 선택했다. 여러 가지 점에서 기능적 가축이던 개가 애완견으로 인간의 반려가 된 지는 그리 오래지 않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던 개고기의 식용 관습이 오늘날 심각한 사회적 논쟁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우리 민족이 아무 때나 개를 잡아먹어온 것으로 오해를 사고 있는 것은 문화사나 문화권적으로 볼 때 벗어나야 할 혐의의 하나이다. 개고기를 먹으면 결혼식이나 회갑연 등 길사는 물론 상가나 제사에도 참여할 수 없는 금기식이었던 것은 누구나 안다. 개를 잡아먹는 풍속은 미국의 인류학자 헤리슨도 말했던 것처럼 농경민족에게서만 발견되는 오랜 풍속이다. 평소 부족한 동물성단백질을 빠르게 보충하려는 삶의 충전방식이었다. 더구나 복날만 개고기가 허용되었던 까닭도 여기선 복잡한 설명을 생략할 수밖에 없지만 음양오행에 근거하여 더위를 이기려는 극서(克暑)의 철학적 실천방식이기도 했다.

또 다른 오해 때문에 개는 억울할 수 있다. 개자식, 개살구 등 부정적 표현에 개가 쓰인다. 그러나 여기에 쓰는 개는 우리가 좋아하는 개가 아니라 가짜라거나 먹을 수 없다는 뜻의 접두사다. “사위자식 개자식”이라는 속담에서처럼 사위는 자식이기는 하지만 진짜 자식은 아니라는 뜻이다. 지난해는 닭의 해였다. 정유년의 질곡을 벗어나 새로 맞게 된 무술년은 큰 역사적 흐름 속에서 기대가 높다. 특히 주인처럼 행세를 해온 위정자들이 사실은 가짜 주인일 뿐이며, 진짜 주인인 국민들에게 그들이 이제 충복으로서 사명을 다할 일로매진의 본연을 기대해본다.
나경수 교슈(국어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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