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쏟아지고 있는 각계의 미투(#Me Too) 운동은 성폭력에 둔감했던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다. 미투란 ‘나도 겪었다’라는 의미를 표현하는 말로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공유하며 ‘성폭력을 당한 당신은 혼자가 아니며 우리는 함께 연대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SNS 상에서 해시태그를 이용해 시작되어 사회 전반으로 번지는 중이다.

저명인사, 정치인, 연예인 등의 성폭력을 폭로하는 것에서 시작되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미투’에 대학생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우리 대학 곳곳에는 ‘대학 내 성폭력 아웃’을 내용으로 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또 광주 지역 대학가 뿐 아니라 부산대 등에서도 선배, 친구, 교수에게 ‘당했다’는 ‘미투’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가의 #Me Too가 진정한 #With You(당신과 함께 하겠다)로 거듭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상하 수직적 권력관계 사라져야”
 한국 여성인권진흥원 변혜정 원장은 대학가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 내의 수직적인 권력관계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변 원장은 “타인을 인격적인 존재가 아니라 내 뜻대로, 함부로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상하가 존재하는 ‘수직적인 권력’이 대학 내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문제이다.”며 “미투 운동이 ‘비뚤어진 권력’의 해체로 귀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혜린 씨(철학·16)는 “성폭력 가해자를 폭로하는 기사를 보면 ‘왜 그때는 침묵하고 이제와 폭로하냐’며 피해자를 비난하는 댓글도 상당히 많다.”며 “성폭력 피해 고발자의 2차 피해를 막고 권리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낙인, 소문이 진실처럼 퍼지면서 사실이 확인되기도 전에 ‘여론 재판’이 진행되는 것도 오히려 ‘미투’ 운동의 본질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경신 교수(생활복지)는 “피해자가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지금 자칫 일부 미투 운동을 악용하려는 시도가 용기 있는 피해자들을 침묵하게 할 수도 있다.”며 “피해자가 제기한 문제를 방관해서도 함부로 비판하거나 폄훼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일상 속 성폭력’ 문제 인식하고 바로잡아야
 대학가에서는 일상 속에 내재된 성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대신문>에 제보를 해 온 우리 대학 재학생 ㄱ씨는 “엠티에서 ‘술 마시기 게임’에서 졌는데 남자 선배의 양반다리 위에 앉아서 러브샷 하는 벌칙을 받은 적이 있다.”며 “싫다는 내색을 했더니 ‘왜 너만 유별나게 굴어서 분위기를 망치냐’는 비난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 커뮤니티 ‘전남대학교 대나무숲’에도 지난 3일 대학 내 일상화된 성폭력을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체형이 마른 편인데 남자 동기가 ‘너는 (가슴이) 없어서 달릴 때 편하겠다’라거나 가슴성형수술을 권하는 말을 장난처럼 자주 말한다.”면서 “너무 불쾌하지만 웃어넘기지 않으면 ‘장난도 못 받아 주는 예민한 사람’이 되는 분위기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남자 동기들이 지나가는 여자들의 얼굴과 몸매를 평가하는 말을 한다든지, 자신의 신체 부위가 크다는 표현을 장난스럽게 하는 것을 들을 때마다 수치심을 느끼지만 불편하다는 의사표현을 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을 지키는 운동으로
김현숙 인권센터 상담사는 “학내 인권센터 등에서 학생들에게 진행하는 예방 교육 등에 꼭 참석해 성폭력의 정의와 범위를 올바르게 인지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도 신입생 OT 등에서 성 관련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다섯 차례에 걸쳐 예방 교육을 실시했고, 학기 중에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김현 교수(철학)는 “미투 운동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이다.”며 “단순히 가해자를 처벌하고 죄 값을 받게 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젠더 폭력들을 청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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