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미(시 부문 당선자)
박선미(시 부문 당선자)

이젠 간절곶에 가야지. 그간 수없이 발만 담갔던 바다, 내가 다가가도 놈은 말없이 일렁이겠지. 가서 쏟아지는 일출 바라보며 사장에 시를 써야겠다. 너는 썰물, 기어코 내 시를 잡아먹겠지. 천천히 후퇴하면서 알 수 없는 비문만을 남길 거야 분명 바다는 웅얼거릴 테고 그 입으로 언젠가 우릴 다정하게 불러줄까?

간절곶에 가야지. 가면 몇몇의 얼굴들 잔물결로 반짝거릴 거다. 가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 하나씩 다 불러주기엔 촌스럽고 생략하기엔 간절히 바라던 시간, 역시 시는 함축일까? 아니, 나 분명 촌스러운 이름들 하나씩 생각하면서 바다에 조약돌을 던질 거다. 통통 튀면서 저공비행하는 조약돌이 보고 싶은 이름으로 튕겨 날아온다. 촌스러운 가슴이 물에 젖어 새파랗고 나도 덩달아 날아오른다.

내가 쓴 시를 보고 남 몰래 울었다면 부끄러운 고백일는지 딱 그만큼 간절곶은 내 진심이어서 감회가 새롭다. 쓰면서 유독 몰입하고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었던 간절곶이 당선되어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 말마따나 간절했기에 나 여기 간절곶에 와온 것만 같다.

빛은 아직 아득한데 하루만 주인공인 척할까 영감이 되는 눅눅한 일상들 이와는 달리 참 멋진 시편들, 등과 먼 사람이 되는 방법을 알려주신 부모님, 시를 가르쳐주시는 교수님, 나를 성장시켜준 선생님들, 사랑하는 오빠, 동민이, 친구들 모두 감사하다. 그대들이 간절곶에 걸리는 빛 같아서 내가 여기 이렇게 있다. 또 잊지 않고 드문 편지처럼 날아오는 절망에게까지 고마움을 남긴다. 아, 시적으로 당선의 감사를 전해야 할 것만 같지만 우리네 삶이 가장 멋진 운문이므로 마무리는 산문처럼 한다. 당선의 영예를 안겨주신 심사위원분들과 전대신문에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앞으로 십년 여는 간절곶을 그리기만 해도 가슴 설렐 일, 마음이 온통 파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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