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이하 미대사)의 방문에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이 대학본부(이하 본부)에서 미대사 방문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날 미대사는 총장과의 대화 이후 학생과의 비공개 만남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취소했다.

한편 대학 내에서는 학생들의 의사에 반하는 학생운동을 총학생회가 독단적으로 진행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미대사가 방문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며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이 본부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총학생회장이 뒤늦게 현장에 간 것이다.”고 해명했다.

그날 본부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전대신문>이 당시 현장 상황을 정리했다.

▲ 본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의 모습. 청바지를 입은 총학생회장이 끝에 서있다.
3시 대학 본부 앞
 
제보를 받고 도착한 대학 본부(이하 본부) 건물 밖에는 학생 두 명이 현수막을, 세 명이 피켓을 들고 있었다. 주변에는 교직원 몇 명과 최도형 총학생회장이 시위 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농성을 하던 학생들이 갑자기 본부 건물 내부로 시선을 옮겼고 안에는 일행으로 추정되는 한 학생이 경호원에게 둘러싸여있었다.
 

‘학생인데 왜 본부 건물에 못 들어가게 해?’, ‘우리도 가자’며 밖에서 농성을 하던 학생들이 건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출입구부터 경호원에게 막혔고 들어가려는 학생과 막으려는 경호원이 부딪혔다.

 

▲ 승강기 앞을 막고 있는 경호원과 대치하고 있는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의 모습.
3시 7분 승강기 안
 
‘학생인데 왜 본부 입장을 막느냐’로 시작했으나 ‘총장실 가자’며 분위기가 과열됐다. 경호원은 승강기를 가로막았다. 두 개의 승강기 중 한 승강기 문이 열리자 학생들이 탑승했다. 경호원도 탑승했다. 승강기가 최대 정원 무게를 초과해 올라가지 못했다. 경호원은 승강기가 못 올라가도록 계속 밀고 들어갔다.
 
승강기가 꿈쩍 않자 학생 한 명이 승강기 밖으로 돌진해 나갔고 추가로 올라타려는 경호원을 막았다. 문이 닫히고 승강기는 5층 총장실로 올라갔다.
 
▲ 부서진 피켓을 들고 경호원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총학생회장의 모습.
3시 8분 5층 총장실 앞
 
5층에 도착해서도 승강기에서 내리려는 학생들과 못 내리게 하려는 경호원이 부딪혔다.

승강기에서 내린 학생들은 경호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피켓이 부서진 것, ‘야’라고 반말 한 것, 상황 설명 없이 승강기를 막고 무력으로 못 올라가게 한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그 와중에 학생과 관계자가 나타났다. ‘억울한 것 이해한다, 어른 대표로 내가 사과하겠다.’고 했으나 학생들은 과격하게 진압했던 일부 경호원을 지목하며 당사자의 사과를 받겠다고 주장했다. ‘일단 내려가자’는 학생과 관계자와 ‘여기서 사과를 받고 내려가겠다’는 학생들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최도형 총학생회장은 앞에 나가 학생과 관계자와 경호원에게 빠른 사과를 부탁했다. ‘학생으로서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사과 받아야 하는 문제다’며 ‘빨리 내려가게 사과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학생과 관계자는 경호원에게 사과를 부탁했으나 경호원은 ‘어쩔 수 없었다’, ‘전혀 인지를 못했다’며 사과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학생들은 ‘사과를 받기 전까지 구호를 외치며 기다리자’면서 자리에 앉아 ‘광주학살 사과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투입된 경찰이 학생들을 벽에 밀쳐 제압하는 모습.
3시 36분 5층 총장실 앞
 
사복경찰로 추정되는 성인 남성 여럿이 등장해 학생들 주변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서른 명이 넘는 경찰이 5층을 가득 채웠다. 경찰은 학생들을 중심으로 밀며 들어왔다. 순간 복도 불이 꺼지며 학생 한 명이 양 팔을 잡힌 채 복도 끝으로 끌려갔다. 다른 학생도 경찰들에 팔을 잡힌 채 벽에 붙여졌다. 그 사이에 총장실에 있던 미대사가 밖으로 나와 건물을 떠났다.
 
▲ 총장과 대화하고 있는 총학생회장의 모습.
3시 46분 5층 총장실 앞
 
경찰이 사라지고 학생과 관계자와 학생들만 자리에 남았다.

학생들은 '벽에 밀쳐져 압박당했다', '가방끈이 끊어졌다', '옷 단추가 뜯겼다'며 과잉 진압을 항의했다. 정병석 총장이 나오자 총학생회장을 비롯해 시위 참여 학생이 과격한 진압이 있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총장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미대사가 나가야돼서 어쩔 수 없었다, 유감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어떻게 모를 수 있냐’, '내려가겠다고 했는데 경찰이 길을 막고 우리를 압박했다'고 호소했다. 총장과 학생 간 5분여동안의 실랑이 끝에 시위참여 학생들이 해산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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