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명 연예인들의 채식이 화제가 되면서 채식에 대한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매스컴을 통해 채식이 알려지며 환경·동물 보호, 종교적 신념, 건강, 다이어트 등으로 채식을 선택하는 사람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6월 세계채식연맹(IVU)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계 채식 인구는 전체의 약 3%인 2억 명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채식 인구가 90만 명으로 급증해 현재 100만 명 정도가 채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채식은 기본적으로 적육류를 섭취하지 않는 것으로 붉은 살코기류만 금하는 ‘폴로’부터 떨어진 과육만을 섭취하는 ‘프루테리언’까지 섭취 가능한 범위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필자는 평소에 육식을 즐기는 편이기에 비교적 음식 섭취 허용 범위가 넓은 락토 오보 채식을 도전해보기로 했다. 락토 오보 채식은 달걀과 유제품만을 허용한다.
▲ 닭가슴살 빼고 닭가슴살 샐러드 먹기
채식 첫째 날,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려니 걱정이 앞섰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막막해 냉장고를 뒤져보다 식빵과 우유로 아침식사를 해결했다. 점심 식사는 주먹밥을 먹었는데, 알고 보니 멸치와 어묵이 들어있었다. 멸치와 어묵은 평소에 자주 먹었던 것들이라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지도 못했다. 저녁 식사는 마땅히 채식으로 먹을 만한 것이 없어서 고구마와 포도로 배를 채웠다.
 
둘째 날에는 점심 식사로 일본식 메밀국수를 먹으려 했는데, 국물 육수가 가다랑어포로 낸 것이어서 국물에 담그지 않은 메밀 면만 먹었다. 국물 육수에도 해산물이 사용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채식주의자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먹을 수 없는 음식 투성인 건 저녁 식사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니가 김치 등갈비찜을 해주셨지만 한 입도 먹을 수 없었다. 다른 반찬도 나물을 제외하고는 먹을 수 있는 게 없었다.

셋째 날, 주변 사람들에게 채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돌아오는 건 “왜?”라는 반문이 대부분이었다. 채식을 이해한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육류를 먹지 않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점심 메뉴를 정할 때는 채식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많은 시간을 고민했다. 메뉴 선정에 난항을 겪으며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 미안했다. 결국, 떡볶이를 시켜 떡만 건져 먹었다. 저녁에는 채식 식당에 가보려고 했지만, 광주에는 채식 식당이 거의 없어서 가지 못했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당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 안타까웠다.

넷째 날에는 채식 도시락을 싸 왔다. 고기를 먹지 않으니 전보다 소화가 잘됐다. 컨디션이 좋아지니 앞으로도 채식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채식을 맛있게 할 수 있는 조리법이 있다면 채식이 더 수월할 것 같다. 저녁은 빵집에서 파는 샐러드를 사 먹었는데, 닭가슴살과 베이컨이 들어있어 빼고 먹어야 했다. 하지만 채소와 토마토만으로도 충분히 배를 채울 수 있었다.
▲ 페퍼로니 빼고 페퍼로니 피자 먹기
마지막 날. 채식도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 식사시간 메뉴를 정하는 일과 주변사람들의 “힘든 데 그냥 포기해버리지”라는 말에 변명 아닌 변명을 해야 하는 것만 제외하면. 이날 저녁 식사로 김치볶음밥을 먹었는데 주문하면서 햄은 빼달라고 말씀드렸다. 채소도 아니고 햄을 빼달라고 하니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것 같아 긴장됐다. 채식 체험기의 마지막 음식은 피자였는데 페퍼로니와 베이컨은 다 빼고 먹었다. 채식을 하며 육류와 해산물 사용 여부를 꼭 확인하다 보니 평소에 육류를 얼마나 많이 소비하고 있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채식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채식 음식과 식물성 원료만을 사용한 화장품, 의류 등을 판매하는 ‘베지노믹스(Veginomics)’ 시장도 급부상하고 있지만 이번 체험을 통해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환경이 아직 미비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또, 채식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들이 사람들의 채식 시도 의욕을 꺾는 것이 느껴져 안타까웠다. 채식은 하나의 식사 방식이고, 신념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채식은 이상하다는 편견부터 버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채식주의자에게 삐딱한 시선을 주기보다는 그들의 생각을 하나의 식사 양식으로서 존중해야 하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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