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에서 따온 이름, ‘붉은 여왕효과’에 대하여들어보셨나요? 작품 속 등장하는 앨리스는 붉은 여왕의 손을 잡고 뛰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앨리스가 묻습니다.

“왜 계속 뛰는데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죠?” 그러자 붉은 여왕이 대답합니다. “여기서는 힘껏 달려야 제자리야. 여기서 벗어나려면 두 배로 빨리 달려야 해.” 그 곳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이 움직이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움직여야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여기서 모티브를 얻은 ‘붉은 여왕효과(Thered queen effect)’는 어떤 대상이 변화하더라도 주변의 환경도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제자리에 머문다는 이론입니다. 붉은 여왕효과는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매우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생물이 생존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하여 끊임없이 진화하고, 상대방도 진화하기 때문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 자신도 진화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즉, 현재 볼 수 있는 여러 생물들의 모습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생물들의 끝없는 진화의 결과이며, 그 밑바탕에는 ‘잡아먹히지 않으려면(피식자), 굶어죽지 않으려면(포식자) 뛰고 또 뛰어야하는 살벌한 생존경쟁이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붉은 여왕효과는 생물학에서만 사용되지 않습니다. 사회학, 경제학 등 여러 차원에서 이 이론은 해석하고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바로 냉전, 즉 군비경쟁이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핵무기의 위력을 알게 된 미국과 소련은 점차 ‘내가 죽지 않기 위해 선제타격으로 확실히 적국을 날릴 수 있는’ 고위력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렸습니다. 그러다보니 경쟁적으로 더 크게, 더 세게, 더 멀리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냈습니다. 1945년 히로시마에 떨어진 리틀 보이(원자폭탄)가 14만 명의 목숨을 빼앗았는데, 그로부터 불과 16년만인 1961년에 개발된 소련의 차르봄바(수소폭탄)는 리틀 보이의 3800배의 위력을 가진다고 알려졌습니다. 즉, 냉전시기 미국과 소련의 군비경쟁은 서로에게 지면 안 된다는 생존경쟁, 달리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붉은 여왕효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냉전이 종식된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재, 냉전시기 군비경쟁은 상호확증파괴라는 허무함과 공포를 남겼습니다. 아인슈타인의 명언인 ‘제3차 세계대전에는 어떤 무기가 사용될지 모르지만, 제4차 세계대전에는 돌과 나무막대기로 싸울 것이다’는 인류의 공멸을 뜻한 것이죠. 이를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평화적 타협뿐입니다. 2018년 현재, 인류는 또 한번 평화의 문턱 앞에서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그리고 트럼프대통령의 외교를 통한 평화적 비핵화 시나리오를 시작한 것입니다. 상대에게 얻어맞지 않기 위해 먼저 때릴 준비를 했던 인류의 역사에서, 우리는 이제 대화를 통해 무기를 내려놓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붉은 여왕처럼 달리고 달려 모두가 죽는, 상호확증파괴 시나리오보다는 이제 달리기를 멈추고 두 손을 맞잡는 평화적 해법이 우리에게 필요한 때입니다. 
  
▲ 이주현 (생명과학·생명기술학 박사과정)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