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생일>의 스틸컷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내면의 고통은 트라우마가 되어 일상을 잠식한다. 5년 전 그 날의 기억은 우리 모두에게 영원히 치유될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영화 <생일>은 잊어서는 안 될 것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따스했던 어느 봄, 순남은 아들을 잃었다. 가장 소중한 존재가 사라졌을 때 아빠 정일은 가족과 함께 있지 못했다. 순남은 정일이 없는 시간을 어린 딸과 견뎠다. 순남의 시간은 2014년 4월에 멈춰있다. 고장 난 현관 센서 등이 깜빡일 때면 아들 수호가 돌아올 것만 같다. 방에 걸린 아들의 옷을 바꿔 놓으면서도 떠나기 직전까지 공부한 책상의 흔적은 그대로 남겨둔다. 다섯 해가 지났지만 수호를 잃은 아픔은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고통을 마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순남은 유가족이 모이는 자리에 한번 가지 않고 터질 것 같은 눈물을 집에서 쏟아낼 뿐이다. 작품은 아픔의 주변부에 있던 정일의 시선에서 시작해 중심에 있는 순남의 일상을 비추면서 남겨진 이들의 삶을 보여준다. 아직 수호를 보내지 못해 생일을 꺼려왔던 순남은 마침내 용기를 낸다. 주인공 없는 생일 파티가 열리고 수호를 아끼는 사람들이 모여 그를 기억한다. 영화는 유가족 뿐 아니라 이웃과 생존자의 목소리까지 들려주면서 그 날의 아픔을 겪은 얼굴들이 오롯이 드러난다. 그동안 홀로 앓아왔던 순남의 상처는 이웃의 진심어린 위로를 통해 조금씩 치유된다.

어김없이 돌아온 4월, 그 날은 여전히 시리도록 아프다. <생일>에서 우리는 잃어버린 존재를 마주하는 한편 삶을 이어나가는 법을 배운다. 아픈 기억을 꺼내 타인과 공유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소중한 이와의 작별 후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한다. 영화 <생일>에 나타난 기억의 공유는 떠난 이에게는 애도가,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위로가 된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