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백선 (디자인 15)
생물들은 오늘도 살아가고 각자의 生을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언젠가 꾸물거리는 벌레뭉치들을 본 적이 있으신지요. 서로가 서로를 치대고 최상단으로 올라오면 다시 치여 내려가는 수라(修羅)를요. 엉키고 척추가 뒤틀리고 복부가 압박되는 상황에서 저는 봐야 했습니다.

어떤 벌레는 벽에 배를 대고 잠을 자고 있다는 것을. 저는 포토그래퍼입니다. 단순히 살아가는 다큐멘터리를 찍어낼 뿐입니다. 세상은 늘 움직이고 있고 그 순간이 아쉬워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껏 벽에 배를 대 왔습니다. 글은 좋아서 써왔고 먹이를 위해 생투하는 식충의 삶을 잘 몰랐습니다. 발버둥 치지 않으면 먹지 못하는 생태계에서 단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모른 체 배를 대고 있었다는 겁니다. 이번 당선소식을 듣자마자 저는 누워있던 침대에서 배를 떼고 멍하게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너무 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첫 공모에 또 소설이라는 장르에서 당선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번 소설은 운이 좋게 쓰여져 운이 좋게 당선된 것 같습니다. 좋은 소재가 생각나면 신나서 사람들에게 말해버리곤 합니다. 그렇게 말한 이야기만 100개는 넘을 것 같습니다. 그중 실제로 쓰여진 몇 안되는 소설이니 운이 좋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겠습니다.
 
이번 기회로 더 자신감 있게 글을 쓰고 다음에는 다른 글로 사람들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나는 엎드려 있습니다. 대상의 움직임을 찍으려면 셔터스피드를 내리고 카메라를 손으로 꽉 쥐어야 합니다. 숨을 참고 대상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립니다. 벌레가 꿈틀댑니다. 오늘도 찍어내고 나서야 배를 뗄 수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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