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 비해 발전 가능성이 많은 작품이 적지 않았으나 서정시에 대한 이해가 미흡한 시들이 아직도 많았다. 서정시는 자기 고백적 글쓰기로 자기 탐구가 본령이다. 그러나 진공 상태의 자기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내면의 의식과 심리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 이러한 의식과 심리를 언어로 형상화하는 일이 시 쓰기라 할 수 있다.

투고한 많은 시들 역시 내면의식과 심리를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자기에 집착한 시들이 적지 않았다. 자기 집착이 지나치면 시상이 딱딱하게 굳어 언어가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못한다. 반면에 자기 탐구가 미흡하면 내면의식과 심리가 흐르지 못하여 언어가 끊어지면서 시상이 흐려지기 쉽다. 반면에 감화력이 큰 시는 시상이 선명하며 상상력과 감수성에 따라 언어의 회전이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이런 점에서 <직전에 대하여>는 내면의식과 심리가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상으로 선명하였으며, 상상력과 감수성에 따른 언어의 회전이 돋보여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당선작에 이르지 못했지만 주목할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프톨레마이오스의 메모들>은 상상력이 돋보였지만 감수성에 따른 언어의 회전이 자연스럽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유니콘을 살리는 법>은 시상을 상상력을 통해 구성하고 있지만 빈틈이 없이 묘사하려는 욕심이 오히려 감수성의 흔적을 딱딱하게 만들고 있지 않나 싶다. 또 다른 방면에서 <우주에서>는 섬세한 묘사를 통해 언어 감각과 감수성을 보여주고 있었으나 주제를 선명히 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였다. 마지막으로 <끝내 나는 수국 냄새를 맡지 못한다>는 잠재된 언어 감각과 감수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꾸준히 시를 쓴다면 발전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였다. 모두 더욱 매진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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