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인 청년 육성 시스템 마련돼야
그동안 각 정당은 선거 때마다 경쟁적으로 20대 청년을 영입하며 친(親)청년 정책을 통한 ‘이미지 쇄신’에 열 올리는 모습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선거용 영입 시기에만 잠깐 주목받을 뿐, 청년 정치인으로 제대로 된 역할을 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기존 정당이 20대 청년을 소비하고 버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청년 정치인 육성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청년들을 조기부터 예비 정치인으로 육성해 정치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청년 정치인 육성 시스템을 오랜 시간에 걸쳐 구축해왔다. 청년들이 일찍이 정당의 육성 프로그램에 들어가 정당의 이념과 운영 방식을 배우며, 정치 현장에 입문하게 된다. 미국 민주당이나 공화당의 대학생위, 청년위를 운영하며 인턴십 제공, 당직자 등 정당 실무 경험을 쌓는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도 공화당 청년위에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독일의 경우 대부분의 정당이 ‘청년 사민당’, ‘청년 녹색당’ 등을 운영해 정치 지망생을 육성한다.

실망하고 등 돌리면 정치 더 멀어져
그동안 20대는 꾸준히 정치권을 향해 ‘구애’의 메시지를 보냈다. 최근 20대의 투표율 변화가 이를 보여준다.지난 18대 총선에서 28.1%에 불과했던 20대 유권자 투표율은 19대 총선에서 41.5%, 20대 총선에서는 52.7%까지 상승했다. 이런 투표율의 비약적인 상승에는 청년 정치인에 대한 꾸준한 손짓과 반값등록금 등 20대의 관심을 끈 공약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부분 20대는 여전히 힘든 생활에 시달리고 있다.

10% 남짓 들어가는 대기업과 공기업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치열한 취업 전쟁에 시달리면서도 생활비 감당을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희망 고문’을 퍼붓는 정치권에 실망을 넘어 분노까지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안정된 경제적 기반을 갖추기 이전인 20대의 삶에 맞닿은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조 모(26) 씨는 “정쟁은 정치에서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지만, 청년 일자리 등과 관련한 법안들마저 그들의 밥그릇 싸움 뒷전으로 밀려나거나 인질로 잡혀 거래되는 모습을 보면 없던 정치 혐오가 생긴다”고 개탄했다.

20대 청년들도 정치로부터 등 돌리기보다는 투표처럼 그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이의정 전 교수(신문방송)는 “정치를 통해 결실을 보는 과정은 절대 쉽지 않으며, 오랜 시간 많은 갈등과 타협을 통해 열매를 맺기 때문에 단기간에 실망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지난 선거 때보다 조금이라도 사회를 어떻게 바꿔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 즉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현재 20대뿐만 아니라 모든 정치를 대하는 유권자들에게 필요한 자세다”고 주장했다.

지역 언론, 20대에게 다가가야
20대 유권자들은 다가오는 총선에 관심이 있지만 지역구 후보가 누구인지, 어떤 공약이 있는지 모른다고 호소한다.기획취재팀이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만 19세 이상 29세 이하 광주지역 청년 51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4.1%가 인터넷 뉴스를 통해 정보를 수집한다고 답한 반면 인쇄 매체(신문 등)를 통해 정보를 수집한다고 한 이는 2.5%에 불과했다.

지역 언론 대부분이 인터넷 뉴스를 공급하고 있지만,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은 중앙 뉴스 위주로 공급하고 있다. 지역구 후보 등 지역 후보와 현안 등에 대해 가장 자세히 보도하는 매체는 지역 언론이지만, 정작 20대가 지역 언론을 접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지역 총선 정보에 대해 정보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지역 언론 또한 주요 독자층이 아닌 20대와 관련한 의제를 다루지 않는다고 전문가는 분석했다.

윤석년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신문 등 지역 언론은 주 독자층인 기성세대를 위한 보도에 초점을 맞추지만, 독자층이 아닌 20대 청년들의 의제나 이슈에 대해서는 소호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다시 20대의 지역 언론에 대한 무관심을 야기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지역 언론이 20대가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의정 교수는 “지역 언론이 당장 성과가 나오지는 않더라도, 끊임없이 20대를 위한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그들과 연결할 수 있는 계단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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