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기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당연히 이행해야 할 헌법상의 의무가 있다. ‘국방의 의무’는 그중 하나다. 남성이라면 법률에 따라 반드시, 여성이라면 자원으로 이 의무를 수행하게 된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입대를 하고 입영한 군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약 18개월을 군인으로서 보낸다.

성인이 되자마자 두 가지 부름을 받았다. 하나는 술을 마시자는 친구의 부름이었고, 하나는 입영을 위해 신체검사를 받으라는 병무청의 부름이었다. 신체검사 결과는 ‘현역’이었다. 머리로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당연히 군대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항상 건강했던 신체가 원망스럽다는 생각이 자리 잡기도 했다.

학생 시절 교과서를 보면, 통일의 장점이 선명하게 적혀 있다. 그 시절에는 성인이 되면 통일이 이뤄지고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될 줄 알았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성인이 됐지만, 입대하지 않아도 되는 날은 오지 않았다.

막 성인이 된 새내기 때도, 지금도 입대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 입대해야 하는 날이 올 것으로 생각은 했으나, 그저 까마득히 먼일로만 느껴진다. 하지만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 항상 같이 다니던동기들이 하나둘 군인이 되니, 비로소 군인이 돼야 하는 날이 얼마 남지않았음을 느낀다.

무엇보다도 군대를 다녀온 이후가 걱정스럽다. 18개월이 흐른 뒤에는 입대하지 않아도 되는 동기들, 새내기 생활에 도움을 줬던 선배들은 어느새 졸업을 준비하거나 이미 학교를 떠난 상황일 터. 필자로서는 대학에서의 첫 순간을 함께 맞이해 줬던 모두가 지워진 채 홀로 복학하는 순간을 이겨낼 수 있을지 두렵다. 전역 후에 바로 복학할 수 있을지도 역시 고민이다.

입영을 앞둔 사람에게 주변 사람들은 훈련이 힘들겠지만 잘 해낼 것이라는 등의 응원을 남긴다. 하지만 군대가 두렵고 싫은 것은 훈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휴가 나온 친구는 오히려 생전 처음 가보는 먼 곳에서 자유롭게 생활하지 못한다는 점이 훈련보다 자신을 더 괴롭게 한다고 털어놨다. 또 당장 전역한 후에는 도대체 어떤 것을 해야 할지 너무 막막하다는 말을 전했다.

군대에 있는 18개월은 인생의 전반과 비교하면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20대 초반에 보낼 18개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닐 것이다.
만약 군대에 가지 않는다면 생기는 18개월은 가보지 못한 곳으로 여행을 다녀올 수도, 미래를 위해 여러 자격증에 도전할 수도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정말 우리가 두려운 것은 군대에 간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군대를 다녀오면서 생긴 다시 오지 않을 20대 초반의 자유와 전역 후에 잃어버리는 인생의 여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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