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 연대기』는 1950년에 발표된 SF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식민지 건설을 위해 화성을 정복하려는 지구인들에 비해, 화성인들은 물질보다는 정신, 이성보다 감성을 중시하는 고도의 문명적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이 화성인들은 2001년 지구의 4차 탐험대가 도착했을 때, 문명의 흔적만 남겨 놓은 채 종적을 감추었다. 3차에 걸친 지구의 탐험대가 옮긴 것으로 추측되는 수두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거의 모든 화성인이 생명을 잃은 것이다.

4차 탐험대의 일원인 인류학자 스펜더는 화성인들의 유적을 탐사하고 나서, 마지막 화성인을 자처하며 동료들을 살해하기 시작한다. 탐험대가 돌아가 지구인들이 몰려오게 되면 화성인들의 아름다운 문명과 유산이 송두리째 파괴될 것을 두려워 한 것이다. 결국 그는 탐험대장에게 사살되지만, 이런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그들은 우리가 1백 년 전에 중지해야 할 곳에서 제대로 중지했단 말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지나간 시대의 어디쯤에서 효율과 이윤의 수레바퀴를 멈춰야 했을까 라는 질문은 공허하게 느껴진다. 이미 우리는 강제적으로 ‘멈춤’ 상태에 도달해 버렸기 때문이다. 기후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의 끊임없는 경고에도 설마, 설마 하는 사이, 아담 스웨이단의 “검은 코끼리”가 갑자기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지역 봉쇄 없이, 투명한 정보 공개의 방역 시스템으로 코로나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면서, G7의 초청 국가로 거론되는 등 국가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K방역으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한편, 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내외적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정부의 노력은 국가적 재난에 대한 적절한 대처로 보인다.

그러나 모든 비극적 사태에 대한 대책은 그 상황을 야기한 원인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기반으로 세워져야 한다. 메르스 사태를 장악하지 못했던 방역 시스템과 의료 체제에 대한 반성과 보완이 K방역의 중요한 성공 요인이었다는 점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은 현대의 전염병이 시간이 갈수록 빠른 속도로 광범위한 지역으로 확산되는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이윤을 위해 “더 멀리, 더 빨리, 더 깊숙이” 도달하려는 세계화 때문이 아니겠는가. 세계화로 인한 지구 생태계의 파괴, 자연 서식지의 파괴는 동물성 바이러스의 숙주들을 인간의 영역에 끌어들였으니, 세계화와 자연 환경의 파괴는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전염병을 부추기는 양대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해 ‘디지털 뉴딜’과 함께 ‘그린 뉴딜’ 정책을 편다고 한다. 아무쪼록 ‘그린’에 제대로 방점이 찍힌 정책이 실행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국제사회를 향해서도 인류의 공동 사안인 기후나 환경, 원전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의 발언권을 행사했으면 한다. 지구가 멈춰 선 원인을 치열하게 성찰하고, 이에 기반한 올바른 대책을 실행하는 범지구적 협력기구의 일원이 되어 미래를 향해 나아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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