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1일 미국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에 대한 솜방망이식 처벌을 비판하는 내용의 광고가 걸렸다. 아동 성범죄 실태 공론화 팀 ‘케도 아웃(KEDO OUT)’이 아동성범죄자에 대한 한국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 실태를 비판하기 위해 해당 광고를 게시한 것이다. 광고의 재원은 SNS를 이용한 자발 모금 활동을 통해 마련됐다.

그렇다면 이들이 ‘전광판 광고 게시’라는 방법까지 동원하며 공론화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케도 아웃의 행보, 그 근원에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결이 있었다. 세계 최대의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에게 내려진 형량은 고작 ‘1년 6개월’이었다. ‘웰컴 투 비디오’에서 영상을 내려받은 미국인이 받은 15년형에 비하면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법원이 손 씨의 미국 송환을 불허하자 여론이 들끓었다. 손 씨가 엄중한 처벌을 받을 기회는 사라졌고 대중은 분노했다. 각종 시민단체는 “사법부도 공범”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시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재판을 담당한 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올해 초 ‘N번방’이 불러온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중의 분노를 일깨운 해당 사건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정의에 불신을 낳았다. 죄와 형량의 무게는 균형을 잃은 듯해 보였다. 최대 성범죄 사이트의 현주소가 우리나라였다는 사실은 단순히 우연일까? 사법부가 합법한 처벌을 내리고 범죄의 단초를 미리 차단하려는 노력을 보여 왔다면 성범죄 ‘악의 연대기’가 반복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간 성범죄 사건들에 대한 판결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손 씨 사건뿐만의 일이 아니었다. 성범죄자의 죄질에 비해 지나치게 가벼운 형량이 그 이유였다. 영미권의 경우, 성범죄자에게 수천 년의 형량을 선고함으로써 죄가 무거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동일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많아야 10여 년을 선고받는다.

법은 보수적인 성격 때문에 개정 및 제정이 쉽지 않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쉽게 법을 바꾸는 것이 가능했다면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를 야기하고 권한 계층이 악용할 소지가 있으니 위의 말에 대해서는 필자 역시 공감하는 바이다. 하지만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해서 반복되고 그로 인한 상처가 곪아가고 있다면 변화 가능성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법원을 방문해 봤다면 정의의 여신상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두 눈을 가린 채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칼을 쥐고 있다. 정의라는 이름 아래 공평하고 합당한 제재를 가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범죄의 무게가 엄중해지고 피해자들의 생존권조차 조여 오는 오늘날, 사회에서 정의의 여신상이 전해주는 상징성은 더욱더 남다르다.

  ▲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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