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의 또 다른 기억이 담겨있는 순천을 답사하기 위해 먼저 봉기의 확산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인 순천역을 방문했다.
다음으로 순천역에서 차량으로 5분 거리를 이동해 ‘여순사건 위령탑’을 마주할 수 있었다.

여순사건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의 원혼 위로, 유족과 지역민들의 명예회복, 지역공동체 복원을 위해 세워진 여순사건 위령탑은 제주 4·3사건의 ‘백비’와 비슷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랐다. 위령탑에 적힌 비문을 읽고 짧은 묵념을 하였는데 잠시나마 형언하기 힘든 비애가 느껴졌다.

후에 알게 된 사실로, 탑 아래 받침돌은 한반도를, 위아래로 갈라진 돌의 모양은 좌우이념 대립과 국토의 분단을, 위로 뻗은 여러 돌은 희생자의 넋과 통일 의지를 상징화하여 세워진 것이다.

세 번째로 답사한 장소는 14연대 군인과 진압경찰 사이에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던 ‘순천교(장대 다리)’이다. 1948년 10월 20일, 여수에서 올라온 군인들을 저지하기 위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 이곳은 현재 여순사건 안내표지판 하나만이 다리 밑에 존재할 뿐이었다. 처음에는 고작 100m 남짓한 이 다리에서 수백 명이 전투를벌였다는 사실이 와 닿지 않았다. 찬찬히 다리를 걸으며 곳곳에 널려있었을 시체 더미와탄피를 생각하니 이내 마음이괜히 먹먹해졌다.

마지막으로 순천대학교에 전시된 ‘박금만 여순항쟁 역사화전’을 방문하여 여순사건의 슬픔이 묻어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었다. 과거 여수 종산 초등학교(現 중앙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처형을 담은 작품 <종산 초등학교>, 현재 여수 낭만포차가 자리해있는 종화동에서 열렸던 전투를 담은 <종포(종화동)전투> 등의 작품들이 당시의 생생한 현장을 떠올리게 도와주었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