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 동물의 왕국, 동물농장, 환경스페셜, 하나뿐인 지구... 한번쯤 이름을 들어본 익숙한 TV 프로그램입니다. 동물들, 더 나아가 야생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은 그리 신기한 일은 아니죠. 우리와 다르게 생긴 모습, 우리와 다른 행동, 우리와 다른 생태 등, 사람들은 동물에 대하여 호기심과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동물들과 함께 혹은 싸워가면서 문명을 일구어왔습니다.

“인류 최초의 학문은 동물행동학입니다!”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님께 서 한 강연에서 말한 내용입니다. 조금 진지하게 생각해보자면 울산 반구대 고래 암각화와 알타미라 동굴벽화 등, 인간과 동물은 서로 함께 한 유서 깊은 역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농경 사회가 시작되기도 한참 전, 우리 조상님들은 수렵과 채집으로 먹고 살아야 했습니다. 만약 움집 앞에 뛰어다니는 저 사슴들을 한 마리라도 잡지 못하면, 옆에 강에서 낚시에 실패한다면 그 날 저녁은 쫄쫄 굶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조상님들은 동물의 행동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저 동물의 습성은 무엇이다,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다, 등등. 가장 단순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는 동물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필수적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20세기를 살아가는 현재, 우리는 동물들을 생활 속에서 만날 일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고기는 마트 혹은 식당에서 만나게 되었고, 탈것은 말에서 자동차로 바뀌었습니다. 인간 주변에서 보이지 않게 된 동물들은 인간의 무관심과 무지를 낳았고, 점차적으로 인간에게 살 자리를 빼앗긴 동물들은 사람들이 살지 않는 숲으로, 바다로 쫓겨났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기계와 건물에 훨씬 익숙해진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는 길고양이, 비둘기, 까치 등의 일부 동물만이 인간들의 틈바구니 속에 살아가고 있으며, 자연스레 우리는 동물들을 쉽게 만날 수 없는 ‘언택트’ 시대에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선사시대부터 동물을 만나왔던 우리는, 동물에 대한 본능적인 관심이 식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평생 한번 만나기도 힘든 사자, 두루미, 공작 등의 동물들을 책으로, 영상으로, 인터넷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물의 왕국> 속 사자를 보며 꿈을 키워왔던 꼬마 아이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었고, <환경스페셜>을 챙겨보던 학생은 생태학 연구원이 되었습니다. 코로나 시대, 온라인을 통해 대면 하는 ‘온택트’라는 용어처럼, 최근에는 여러 온라인 매체에서의 동물 관련 정보들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강아지, 고양이 채널과 같은 반려동물부터 야생조류, 곤충, 특수동물들까지.

우리의 조상님들이 이 모습을 보면 퍽 신기해하면서 ‘우리와 같군’하고 흐뭇하게 바라보지 않을까요? 언택트 시대 속 우리는, 온택트 환경의 야생 속에 살고 있습니다.

▲ 이주현(생물과학·생명기술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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