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의 일상에 침입한 지 2년이 되었습니다. 어느덧 마스크 없는 생활이 어색해졌고, 처음에 어색했던 QR코드는 이제 너무 자연스러운 행동이 되었습니다. 전 세계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일상을 하루하루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 알파, 베타, 감마, 델타, 그리고 오미크론까지 새로운 용어들이 뉴스에 오르내렸고, 생전 한 번도 가지 못했던 나라에서 발생한 변이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곁으로 슬그머니 다가왔습니다. 지금껏 우리가 알고 있던, 경험해 왔던 일상이 코로나19와 함께 완전히 새로 바뀌었습니다.

생태학은 관계의 학문입니다. 생물들 사이의 관계, 생물과 비생물 사이의 관계 등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연구를 하는 학문이죠. 그런데, 반(半)생물이라 불리는 바이러스는 어떨까요? 바이러스는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 번식할 수 없고, 살아있는 세포를 통해서만 생명 활동을 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따라서 바이러스는 자신이 복제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살아있는 숙주가 필요합니다.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숙주가 존재하지 않으면 반드시 사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숙주에서 숙주로 곧바로 이동하는 바이러스는 점차 독성이 약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전략을 택합니다. 자신이 숙주를 죽여 버리면 더 이상 자신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죠.

이렇듯 질병의 원인을 진화적인 생물의 적응기작에서 추론한 학문을 다윈 의학(Darwinian medicine)이라 합니다. 진화적인 관점에서 질병을 이해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직접적인 해결 방법보다는 예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능동적으로 질병에 대처하기 위함입니다. 실제로 강력한 독성으로 맹위를 떨친 에볼라 바이러스는 어느 순간 치사율이 급감하였습니다. 이를 다윈 의학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는 어느 순간 숙주에 기생하지 못해 사멸하고, 독성이 낮지만 숙주를 살리는 바이러스가 남았다고 추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 JTBC <차이나는 클라스-인생수업>에 출연한 최재천 교수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약 제가 (일상 회복위원회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참여했다면, 이름을 일상 ‘회복’이 아니라 일상 ‘복원’으로 붙이면 어떨까 생각을 합니다.” 회복은 원래의 상태를 되찾는다는 의미를 가진 반면, 복원은 현재 환경에 맞는 새로운 원형을 만든다는 의미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새로운 일상을 계획하고 안전한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우리 모두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 이주현 생물과학·생명기술학과 박사과정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