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전대신문>과 광주지역 4개 학보, 무등일보는 ‘20대 청년 정치 인식’ 설문조사를 통해 청년들이 정치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그 결과 응답자 중 95.9%가 청년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답했다. 20대 청년들은 정치에 대한 불신감을 느끼면서도 ‘정치’를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정치의 필요성과 정치적 관심의 중요성에는 공감하는 반면, 정치참여에는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인문대 ㄱ 씨는 “다양한 정치참여 방식이 있지만, 투표, 국민 청원 등 내 삶으로 와닿는 정도의 참여가 아닌 이상 정치는 버겁게만 느껴진다”며 “특히 선거에 나선다는 것은 멀기만 한 일이다”고 의견을 밝혔다.

정치 소외 속 멀어지는 젊은 정치

▲ 출처=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대 청년들이 정치참여에 소극적으로 반응하는 이유는 이들이 국내 정치 내에서 소외되고 이용되는 현실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20대 당선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전체 유권자 중 20대(19세 미만 포함)가 738만4천354명(17.6%)인 것을 고려하면 700만 명이 넘는 국민을 한 명(0.3%)이 대표하고 있다는 것이 된다.

청년들은 자신 세대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고작 한 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정치적 무력감을 느낀다. 경영대 ㄴ 씨는 “20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20대일 수밖에 없다”며 “청년 국회의원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20대에게 의미 있는 공약이 나오리라는 기대를 접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4·15 총선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에 따르면 등록을 완료한 906명의 21대 국회의원 후보자 중 ‘30대 미만’, 즉 20대 청년은 12명에 불과했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청년 후보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막대한 정치 비용…청년에겐 넘을 수 없는 벽
앞선 통계로 비추어볼 때, 현재 청년들의 정치 도전은 사실상 거의 없는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이들의 도전이 가로막힌 이유는 막대한 정치 비용, 젊은 정치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 청년이 감당하기 힘든 진입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당선자의 평균 연령은 당선 시점 기준으로 55.5세로 역대 최고령이었다. 이는 우리나라의 선거제도가 정치 비용을 충당할 능력을 갖춘 중·장년층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막 정치판에 뛰어든 청년들에게 막대한 정치 비용은 정치 진입에 있어 높은 허들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돈’은 새로운 정치를 그리는 젊은 정치인들의 기대를 저버리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후보자 기탁금, 각종 여론조사, 현수막·명함 등 홍보, 사무실 임차부터 선거운동을 위한 차량과 앰프 사용료까지, 국회의원선거에 드는 비용은 이미 청년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후보자 기탁금만 해도 국회의원선거 예비후보자는 1,500만원(지역구 후보자 등록자)이라는 거금을 써야 한다. 최근 공직선거법 제56조(기탁금)의 개정으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 기탁금은 5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되기는 했으나, 청년에게는 큰돈이라는 사실은 마찬가지다. 이는 당장 현금으로 기탁금을 납부할 만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디딘 청년들이 막대한 정치 비용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조선대 재학생 박모(22) 씨는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하고 취업을 준비하다 보면 20대는 끝나버리는데, 어느 누가 어떤 돈으로 정치를 할 수 있겠나"라고 탄식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당시 29세 나이로 부산 사하구을에 출마했던 오창석 씨는 '낙선자 일기'란 글에서 선거를 위해 사용한 금액이 1억8천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서 ‘돈 없이 선거하기 어렵다’는 말이 자리 잡게 된 냉철한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1회용 정치’에 희생되는 청년들
한편으로는 현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청년의 정치참여를 어렵게 만든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선 20대라고 하면, ‘미성숙함’을 떠올리는 기존 인식이 정당 내에 강하게 남아 있다는 것이다. 정당으로서는 조직력이나 표심을 잡을만한 능력을 갖춰야 유리하지만, 청년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정치할 만한 관록이나 능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인식은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젊은 국회의원의 공천은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한 행사성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청년 인재 ○호’라는 명칭이 당내에서 주목을 받는 건 선거 기간뿐이다. 청년의 도전과 열정이 기성 정치권의 도구로 소비됐다는 지적이다. 총선 시기만 되면 ‘청년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담론이 형성되곤 한다. 이는 청년이 국내 정치에서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남아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20대 나이로 광주지역 구의회에 입성한 한 의원은 "매번 청년대표자가 나와야 한다고 하면서 청년들을 데려다 놓고선 행사 같은 곳에 동원하거나 소모성으로 쓰는 게 다반사였다"며 "반면에 정작 우리의 의견은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아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정치 참여의 디딤돌 마련돼야
20대 청년들은 청년들을 위한 정책은 ‘청년의 관점’에서 논해야 한다는 기초적인 원리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기초를 실현할 수 있을 만한 제도나 사회적 분위기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청년정치크루 이동수 대표는 “청년들은 이미 정치에 관심을 표하고 있지만, 그 관심이 정치 제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고 진단했다. 청년들이 경험과 능력을 쌓을 수 있는 정치권 내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 이 대표는 “현행 선거법은 현역에게 매우 유리하기 때문에 일상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정치권에 진입하기 어렵다”며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의 범위를 규정하는 포지티브 방식 대신 네거티브 방식의 도입을 통해 청년의 콘텐츠가 정치권에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최근에는 미래당 등 2040세대를 주축으로 청년 정책을 위해 정당을 구성하거나 총선을 준비하는 등의 새로운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답답하다. 거대 양당의 대립구도 안에서 청년들이 주축이 된 소수 정당이 힘을 발휘하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청년 비례대표제 확대와 등 청년층에 대한 배려를 확대하고, 과감한 선거 구조의 개편을 통해 청년 정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청년 정치인을 체계적으로 양성하지 못하는 뒤떨어진 정당 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